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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거문고 | 김영랑시 현대시 자유시 짧은시

거문고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老人)의 손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땅 우의 외롱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 떼들 쏘다니어내 기린은 맘 둘 곳 몸 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함께읽는시집 2024.08.21

김영랑 오월 | 김영랑시 서정시 짧은시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함께읽는시집 2024.08.20

고은 머슴 대길이 | 현대시 짧은시 좋은시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상머슴으로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머슴방 등잔불 아래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어린 아이 세상에 눈 떴지요.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읽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흩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 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

함께읽는시집 2024.08.19

오늘 아침의 길을 한껏 밝혀줄 책,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저자 이명현21세기북스2024-08-01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85년간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가 길어 올린 철학의 정수를 담은 철학책 한 권을 추천해보려고 합니다.어렸을 때부터 제 책사랑은 유별났습니다.학창시절에는 시집과 소설만 주로 읽다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깊이있는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자 인문/철학 분야를 많이 읽었었습니다.그러다 교양과목 중에 철학 과목이 있어 한 번 수강하게 되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내셨던 쪽지시험 문제가 생각납니다.[중세 철학이란 무엇인가?]그간 배웠던 수업 내용으로 이면지를 채우기엔 역부족인지라 읽었었던 철학책 내용들 전부 소환시켜 적어냈었습니다.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진리를 알려주시곤 페이지 수십 장씩 한 번에 넘어갔었기에 광범위한..

모든도서리뷰 2024.08.19

간밤에 읽은 책 |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저자 이헌주갈매나무2024-08-20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자기계발 > 힐링 > 마음 다스리기    한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그 사람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존 심리학 연구에서는 성공을 이루는 가장 큰 변인 중 하나로 ‘성실성’을 꼽았습니다. 성실하면 어떤 일을 효과적이고도 빠르게 해낼 수 있죠.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매체에 나와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면서 노력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좋은 태도이지만 성실성이 자기 능력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면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기계야말로 성실성의 끝판왕이기 때문입니다.  창조성이란 세계에서 제일가는 재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남들과는 다른 고유성..

간밤에읽은책 2024.08.18

조지훈 승무 | 청록파 서정시 짧은시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함께읽는시집 2024.08.18

간밤에 읽은 책 |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저자 이명현21세기북스2024-08-01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인간은 자연 안에서,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밑천으로 삼고 살고 있다. 인간은 외톨이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더불어 삶은 더불어 있음의 한 양태요, 모듬살이가 더불어 삶의 구체적 방식이다.인간의 자연과의 관계 맺음은 이러한 더불어 있음의 양식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은 외톨이로서 자연과 만나기보다는 우리로서 만난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우리로서 자연과 관계 맺음의 역사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 맺음의 역사로 엮어진 천이다.  인간의 삶은 함의 다발로 엮어져 간다. 함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힘에 끌려 나타나는 과정이다. 욕망, 욕구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러한 힘이다. 삶은, 그러..

간밤에읽은책 2024.08.12

일본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교토 여행책,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저자 이인우파람북2024-07-12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일본문화여행 > 일본여행 > 문화/역사기행    근래 답답한 일들이 있다보니 마음 한 켠에 시원함을 불어넣고 싶어 여행과 관련된 책을 꽤 읽고 있는 중인데 차례차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오늘 여행할 나라는 일본입니다. 2019년 중국 우한시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세계가 봉쇄되었었습니다.당시 국내를 여행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던 시기였기에 여행업계는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19는 개발된 백신으로 인해 점차 수그러들었고 봉쇄되었던 나라들이 점차 해제되면서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이와 동시에 해외여행객 수도 점차 증가하게 되었는데, 2023년은 특히..

모든도서리뷰 202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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