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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그리고노트 13

공간, 이상향 |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요즘 들어 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는 제 자신을 자주 마주합니다.전에는 무엇이든 빨라야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어떤 일이든 재빨리 해내야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에 속도를 늦추는 건 게으름이나 나약함처럼 느껴졌습니다.그래서 늘 바빴습니다.일정을 비우는 일엔 저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어 언제나 다이어리 한 면에는 여백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우는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자 급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그러자 제 속도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을 완벽히 소화하고 누군가는 순간순간 감정을 따라 움직입니다.저는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저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펜그리고노트 2025.07.07

공간, 이상향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 모두 다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비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어느 날, 정리하고 또 정리하다 결국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습니다.처음엔 어딘가 허전하고 무언가 잘못한 것 같았습니다.텅 빈 방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의자에 앉아 한참을 있었습니다.내가 너무 많이 비워버린 건 아닐까.이렇게까지 비워도 괜찮은 걸까.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빈자리에 조금씩 다른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햇살이 더 깊이 들어오고 마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조급함 대신 그저 지금 여기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됐습니다.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에서 저는 처음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엔 항상 뭔가를 더 하려고 ..

펜그리고노트 2025.06.30

공간, 이상향 | 채우지 않아도 풍요로운 순간들

채우지 않아도 풍요로운 순간들 요즘 들어 무언가를 꼭 채우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어떤 날은 할 말이 없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고,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조용한 하루가 고맙고,비워진 냉장고 속에서도 남은 재료로 소박하게 한 끼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이게 진짜 풍요가 아닐까?' 예전에는 채워야만 안심이 됐습니다.시간표를 꽉 채워야 부지런한 것 같았고,냉장고를 가득 채워야 잘 사는 기분이었고,옷장에 옷이 많을수록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하나 둘 비워나가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습니다.너무 많은 것들이 실은 나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단 걸요.가득 채운 물건보다 제자리를 찾은 여백이 더 아름답다는 걸요. 오늘 아침, 창..

펜그리고노트 2025.06.23

공간, 이상향 | 공간이 마음을 닮아간다

공간이 마음을 닮아간다 공간을 바라볼 때면, 지금 제 마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책상 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계획을 적어둔 다이어리들, 작성 중인 소설 원고, 펜통에서 출장 나온 수십 자루의 볼펜, 그리고 한 장의 메모.《 내일은 책상정리의 날! 흐트러진 마음도 함께 정리하자! 》남들이 보면 이게 뭐가 지저분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용한 물건은 곧바로 제자리에 두는 습관이 몸에 밴 저에겐 충분히 어수선해 보입니다.무엇보다 이런 풍경은 제 마음 안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미뤄둔 고민으로 가득하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마치 하루의 피로와 불안이 그대로 남은 것처럼 공간은 감정을 고스란히 비추는 창처럼 다가옵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책상 위를 닦기 시작하면 그동안 눈에 띄지 않..

펜그리고노트 2025.06.16

공간, 이상향 | 비운 자리에 찾아온 것들

비운 자리에 찾아온 것들 비우고 나니, 처음엔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비운 그 자리로 작은 것들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햇살 한 줄기, 창가에 걸린 바람 소리 그리고 고요함.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비운 건 물건이 아니라 소음이었구나. 내가 버린 건 생각이 아니라 잡념이었구나. 진짜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다만 내가 너무 많은 것으로 둘러싸여 보지 못했을 뿐이었구나! 비움이란, 결국 본질과 만나는 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제게 조용히 다시 물어봅니다. 과연 무엇이 진짜 필요한 걸까? 그리고 무엇을 더 비워내야 할까? 공간은 여전히 한정되어 있고 생각은 여전히 끝없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비우는 것도 ..

펜그리고노트 2025.06.09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 조금 느리게 피어도 괜찮아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여섯 조금 느리게 피어도 괜찮아 봄이 와도 모든 꽃이 동시에 피지는 않는다.어떤 꽃은 3월에, 어떤 꽃은 5월이 되어서야비로소 봉오리를 연다. 그걸 보고 누가 '느리다'고 말하지 않는다.각자의 속도대로, 가장 좋은 순간에 피어나는 것.그건 결코 뒤처진 게 아니다. 나는 자주 나를 남과 비교하며 초조해하곤 했다.누군가는 벌써 작가가 되었고,누군가는 무대에 섰고,누군가는 부러울 만큼 단단했다. 하지만 돌아보면,나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다.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언젠가는 봄 햇살 아래 설 날도 오겠지. 조금 느려도 괜찮아.때가 오면, 나도 환히 피어나리라 믿는다.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나의 계절을 기다려본다. 🌸최종본은 브런치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펜그리고노트 2025.06.02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하여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다섯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하여 어떤 감정은 설명하기보다 오래 바라보아야 이해됩니다.특히 좋아한다는 감정이 그렇습니다.처음엔 뜨겁고 곧 익숙해지다 어느 순간 잊힌 듯 조용히 남지요. 책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엔 활자를 따라가는 재미였고 조금 지나니 문장 하나에 눈물이 고이고 이제는 책이 있어야 내가 나다워집니다. 무언가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의 흔들림에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그들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방이 있으니까요. 너무 쉽게 식어버리는 요즘, 저는 좋아하는 일을 오래 좋아하고 싶습니다.지루하더라도 반복되더라도, 그 안에 제 진심만 담겨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요. 🌸최종본은 브런치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에서 확인해주세..

펜그리고노트 2025.05.26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 마음에도 주기가 있다면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넷 마음에도 주기가 있다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창밖 햇살이 좋아도, 커피가 따뜻해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도 문득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요.세상의 온기가 곁에 있음에도 마음 한구석은 왠지 공허하고 덧없게만 느껴집니다. 그럴 때면 저는 하늘의 달을 떠올립니다.조금씩 찰랑이며 차오르다 이윽고 비워내는 달의 주기를 말입니다.늘 환한 것도 늘 어두운 것도 아닌 달도 사실은 우리의 마음처럼 주기를 따라 흘러갑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늘 일정하길 원했습니다.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사람들 앞에 선명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서 있기를 원했습니다.하지만 삶은 그런 기대를 매번 어겼고 마음 또한 늘 어딘가로 흘러갔습니다.기쁨의 끝에 슬픔이 있었고 안도감 아래엔 막연한..

펜그리고노트 2025.05.19

하루 만에 브런치 작가 합격 | 망설이는 당신께 드리는 진짜 이야기

브런치 작가 합격 후기하루 만에 합격! 예비 작가님들께 드리는 꿀팁과 진심 어린 소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저녁 시간, 아직 빛이 남아 있던 그때.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에세이를 꺼내 신청했는데 다음 날 오후, 생각보다 너무 빨리 합격 메일이 도착했습니다.하루도 채 안 되서 도착한 메일에 혹시 잘못 온 건가 싶었습니다. 그간 써둔 소설과 에세이 원고들이 있었지만, 이 글을 꺼내야 할지 조금 더 묵혀야 할지 망설이던 시간이 길었습니다.사실 웹소설 완결 원고를 첨삭 중이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그런 저에게 "지금이야말로 꺼낼 때야. 너는 분명 될 거야."확신에 찬 말로 등을 밀어준 N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브런치라는 무대 위, 진심으로 시작합니다! 글을 쓴다는 ..

펜그리고노트 2025.05.15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 글을 쓰며 길을 잃다

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셋 글을 쓰며 길을 잃다 우리는 언제 길을 잃는 걸까요.길을 잃는 일이 꼭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오히려 그 순간,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배워갑니다.어릴 적부터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는 그런 시간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그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또 쓰며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때때로 저를 불안하게 하고 낯선 길로 이끌었습니다.그러나 그 불안 속에서도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침묵 속에서 비추어지는 빛처럼 다가왔습니다.그 빛은 책 속 인물들이 건넨 한마디처럼, 제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주었습니다.글을 쓴다는 일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 제 존재를 기록..

펜그리고노트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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