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그리고노트

공간, 이상향 |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하나의책장 2025. 7.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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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요즘 들어 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는 제 자신을 자주 마주합니다.

전에는 무엇이든 빨라야 잘 사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일이든 재빨리 해내야 능력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에 속도를 늦추는 건 게으름이나 나약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늘 바빴습니다.

일정을 비우는 일엔 저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어 언제나 다이어리 한 면에는 여백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우는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자 급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제 속도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계획을 완벽히 소화하고 누군가는 순간순간 감정을 따라 움직입니다.

저는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저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루를 비워두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도 하고 아무 계획 없이 거리를 걷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이전의 게으름과는 다릅니다.

약간의 숨쉴 틈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자 여유라는 감각이 제 안에 조용히 내려앉게 되었습니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건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지금 이 속도, 남들보다 느릴지 몰라도 제게는 딱 맞는 속도입니다.

그리고 이 속도 위에 놓인 하루가 그저 지나치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 됩니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지나간 날을 자책하지 않고 앞선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나만의 속도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평온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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