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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온문장 4

책으로 만나는 명언 한 조각 | 일요일, 이 한 문장이 마음을 안아줍니다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모든 걸 맡기는 것.생각에 갇혀 잠 못 이루는 밤, 긴 숨을 쉬어보자.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잘 살아 있다. 걱정에 빠진 나를 구원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쉬며 누워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긴 하루 끝에 머무를 ..

책에서온문장 2025.05.04

책으로 만나는 명언 한 조각 | 일요일, 이 한 문장이 마음을 안아줍니다

초역 부처의 말인내심을 가져라. 모든 것은 적당한 때에 결국, 네게 올 테니. 언젠가 너는 네가 있어야 할 곳에서 너와 함께할 운명인 사람과 네가 해야 할 일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부처」 2500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회자되어 온 부처의 말을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현대어로 재해석해 책으로 출간했다. 간결하게 축약된 핵심만을 담은 부처의 메시지는, 마음이 약해지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부처의 말이 간결하듯 이 책저자코이케 류노스케출판포레스트북스출판일2024.05.30 높은 산에 핀, 손에 닿지 않는 꽃만큼 실제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욕망을 부추기는 것도 없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은 ‘무언가’를 동경하고 원할 때 그때마다 고통..

책에서온문장 2025.04.27

신경림 - 장마

장마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중돋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우리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끗발나던 금광시설 요릿집 얘기 끝에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벌써 예니레째 비가 쏟아져담배도 전표도 바닥난 주머니작업복과 뼛속까지 스미는 곰팡내술이 얼근히 오르면 가마니짝 위에서국수내기 나이롱뻥을 치고는비닐우산으로 머리를 가리고텅 빈 공사장엘 올라가본다물 구경 나온 아낙네들은 우릴 피해녹슨 트랙터 뒤에 가 숨고그 유월에 아들을 잃은 밥집 할머니가넋을 잃고 앉아 비를 맞는 장마철서형은 바람기 있는 여편네 걱정을 하고박서방은 끝내 못 사준 딸년의살이 비치는 그 양말 타령을 늘어놓는다

책에서온문장 2024.05.28

신경림 농무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책에서온문장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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