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 헤르만 헤세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하나의책장 2025.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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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저자 헤르만 헤세

북하우스

2022-02-10

원제 : Musik

에세이 > 예술에세이 > 음악에세이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이야기

 

 

 

음악을 사랑한 문학가, 삶의 쉼표를 악보처럼 남기다.

 

 

 

■ 책 속 밑줄

 

그것이야말로 음악의 비밀이다. 음악이 그저 우리의 영혼만을 요구한다는 것, 하지만 오롯이 요구한다는 것 말이다. 음악은 지성과 교양을 요구하지 않는다. 음악은 모든 학문과 언어를 넘어 다의적 형상으로, 하지만 궁극적인 의미에서 항상 자명한 형상으로 인간의 영혼만을 끝없이 표현한다. 위대한 거장일수록 그가 관조하고 체험한 바의 효력과 깊이는 무제한적이다. 또한 순수한 음악적 형식이 완벽할수록 우리 영혼에 끼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당시 내게 음악은, 세상이 더 이상 안중에 두지 않으려 하는 모든 고운 것, 우아한 것, 신성한 것을 가장 강하고도 직접적으로 떠오르게 했다. 전쟁은 부득이하다면 한동안 견딜 수 있었다. 전쟁 안에서 내가 인간성을 수행하고 상처 치유를 돕는다고 나 좋을 대로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견딜 수 없었다. 나를 가누는 그 궁색한 질서와 규율이 음악 몇 마디면 송두리째 붕괴되었고, 이 세계와 이 전쟁에서 도망가고 싶은 참을 수 없는 갈망이 깨어났다.

 

 

저는 예술에 대해 말하고 사유할 때 예술가의 시선을 고수하지만, 예술비평가나 미학자가 아니라 모럴리스트로서 바라봅니다. 나 자신이 예술의 영역에서 무엇을 거부해야 하고 불신해야 하는지, 무엇을 숭배하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화된 객관적 개념들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양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양심은 도덕의 문제이지 미학의 문제가 아니고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그것을 취향이라 부르지 않고 양심이라 부릅니다. 이 양심은 주관적이며 저 자신에게만 의무 지우는 것입니다.

 

 

베토벤은 달라요. 그에게는 훌륭하고 궁극적인 차원에서 드라마적인 것이 있습니다. 삶, 변화, 발전이요. 피아노 소나타 작품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23번입니다> 해명 불가능한 보물입니다. 경이로운 교향곡들도, 매혹적인 현악 사중주 작품 몇 편도 마찬가집니다. 제가 마음 깊이 느끼는 바로 그것을 불가사의하게 표현하는 쇼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있는 피아노 음악은 베토벤뿐일 것 같습니다.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 이런 낙을 굳이 따로 기록하고 찬사를 늘어놓는다는 것이 놀라우실까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늘 오롯이 즐길 수는 없거든요. 깊은 숲속에서 자연의 온갖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에 둘러싸여 있을 때면, 문득 집에서 초를 켜놓고 시가를 입에 문 채 1800년에 나온 낭만적인 통속문학을 읽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해요. 아니면 훌륭한 연주회에 앉아 있을 때 욕구가 갑자기 가시면서 암벽과 양치식물이 바라다보이는 협곡 어딘가에 혼자 누워 있었으면 할 때도 자주 있고요.

그런데 훌륭한 음악에 실로 ‘장악된’ 순간, 홀바인의 냉철하고 고상한 광채가 제게 말을 걸어온 순간, 시냇물에 재빨리 몸을 담그려고 초록 숲속에서 옷을 벗어던진 순간에는 삶의 의욕으로 충만해져 마음이 화사해지고 풍요로워지고 두근대는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이토록 벅차고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까지 들어요.

 

 

우리는 음악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는 동안 음악이라는 감정, 울려 퍼진다는 느낌, 리듬 있는 삶이라는 기분, 화음처럼 존재할 권리에 대한 감각 말고 추구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게 있다면 다른 건 꽤 엉망이어도 돼요. 우린 다들 엉망이잖아요.

 

 

음악은 제가 무조건 경탄하는, 절대적으로 꼭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고요. 다른 그 어떤 예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음악은 말이 필요 없는 언어이며, 그래서 가장 깊은 위로가 된다.

 

 

문학이 삶을 가르친다면, 음악은 삶을 살게 한다.

 

 

■ 끌림의 이유

 

음악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자 했던 헤세의 섬세한 감정과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등의 대표작을 통해 깊은 성찰을 보여줬던 헤세는 이 책에서 문학 너머 저편의 음악이 어떻게 그의 감정과 사유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음악가들을 향한 존경, 음악 속에서 발견한 자유 그리고 인생의 불확실성 앞에서 그가 어떻게 악보를 읽듯 삶을 따라가고자 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의 글에는 특별한 온기가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문학으로 이름을 남겼지만 그의 내면을 가장 깊이 흔든 것은 늘 소리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말보다 멜로디가 위로가 되었다는 그의 고백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 조용한 한 구석을 닮아 있습니다.

헤세의 책을 읽을 때면 유난히 필사를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이유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는 삶이 고단할 때면 조용히 음악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슬픔,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기쁨, 그 모든 것을 음악은 알아차렸고 헤세는 음악 안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나에게 음악은 어떤 언어였지?'

사실 제게 음악은 숨 쉴 수 있는 품입니다.

어쩌면 저처럼 헤세 또한 음악은 가장 조용한 말, 가장 안전한 품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음악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순간이 있다면 헤세의 이 책이 그 기억에 살포시 빛을 더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 건넴의 대상

 

헤르만 헤세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분

말보다 음악에 더 위로받는 순간이 많았던 분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좋아하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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