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간밤에 읽은 책 | 여수의 사랑

하나의책장 2025. 1. 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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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1993년 등단 이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펴온 한강이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집을 새로운 옷을 갈아입혀 독자들 앞에 새롭게 선보인다. 1995년에 출간된 한강의 첫 책이자 첫 번째 소설집 『여수의 사랑』.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을 섬세하게 살피며 존재의 상실과 방황을 그려낸다. 소설 배치를 바꾸고 몇몇 표현을 다듬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단편들에서 운명과 죽음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8.11.09
 
여수의 사랑(큰글자도서)
1993년 등단 이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펴온 한강이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집을 새로운 옷을 갈아입혀 독자들 앞에 새롭게 선보인다. 1995년에 출간된 한강의 첫 책이자 첫 번째 소설집 『여수의 사랑』. 삶의 본질적인 외로움과 고단함을 섬세하게 살피며 존재의 상실과 방황을 그려낸다. 소설 배치를 바꾸고 몇몇 표현을 다듬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단편들에서 운명과 죽음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1.10.01
 
여수의 사랑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을 다시 펴내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시리즈의 27번째 책이다. 작가는 어떤 특정한 사회 현실적 인과보다는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을 보여준다. 세태 묘사를 넘어 인간의 운명적 슬픔, 삶의 비애적 서정, 세계에 대한 비극적 전망 등을 이야기한다. 여수발 기차에 실려와 서울역에 버려진 자흔
저자
한강
출판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7.05.31

 

 

 

 

여수의 사랑

저자 한강

문학과지성사

2018-11-09

초판출간 1995년

소설 > 한국소설

해외 문학상 > 노벨문학상

 

 

 

 

여수, 그 앞바다의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 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손목시계는 얼추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열차가 종착역인 여수에 닿으려면 앞으로도 두 시간 가까이 철로를 달려야 했다.

 

 

해질녘에 밀려 나가는 썰물처럼 환청은 천천히 귓가에서 잦아들었다. 자취방 유리창 가득 늦가을 오전의 다사로운 햇살이 내리비치고 있었다. 장판 바닥에 엎디었던 몸을 굼벵이처럼 모로 누이며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명치 끝이 찢기듯이 아파왔다. 적요한 햇빛 속으로 무수한 먼지 입자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름답구나, 하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먼지는 진눈깨비 같았다. 먼 하늘로부터 춤추며 내려와 따뜻한 바닷 물결 위로 흐느끼듯 스미는 진눈깨비……, 여수의 진눈깨비였다.

 

 

이렇게 고요해질 통증인 것을, 지난밤에는, 또 수없이 반복되었던 그 밤들에는 이런 순간을 믿지 못했었다. 마치 밤이 깊을 때마다 새벽을 믿지 못하듯이, 겨울이 올 때마다 봄을 의심하듯이 나는 어리석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했던 것이다.

전철은 어두운 터널을 달리고 있었다. 검은 유리창에 반사되어 음화처럼 어른거리는 낯선 얼굴들을 바라다보며 나는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망연히 서 있었다.

 

 

자혼은 내 고향이 여수라는 것을 알자 우울한 얼굴에 환희에 찬 경련이 일어날 만큼 반가움을 표시했었다. 그녀는 틈만 나면 나와 함께 여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어 했다.

난 그곳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곳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예요.

 

 

여수향의 밤 불빛을 봤어요? 돌산대교를 걸어서 건너본 적 있어요? 돌산도 죽포 바닷가의 눈부신 하늘을 봤어요? 오동도에 가봤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나무껍질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

 

 

……여수가, 여수가 울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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