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간밤에 읽은 책 | 정영진의 시대유감

하나의책장 2025. 1. 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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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그의 머릿속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대부분 진행자 역할을 맡은 탓에 그가 가진 생각은 그를 상징하는 검은 선글라스만큼이나 알기 어려웠다. 이에 정영진은 방송으로는 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생각과 우리 시대를 향한 솔직한 시선을 책을 통해 전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시대유감’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저자는 답답함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이슈에 대해 대부분 자기 생각은 없고 지지하는 정치인, 구독
저자
정영진
출판
21세기북스
출판일
2025.01.15

 

 

 

정영진의 시대유감

저자 정영진

21세기북스

2025-01-15

인문학 > 인문 에세이

 

 

 

 

'왜'라는 질문은 왜 중요할까.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왜'라는 질문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어나 도구의 사용도 중요하겠지만 단순한 언어, 복잡하지 않은 도구는 일부 동물도 사용한다. 또 우리의 먼 조상인 유인원들도 당연히 언어와 도구를 사용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럼에도 앞선 누군가가 늘 있었기에 여기까지 오는 데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왜라는 질문을 해도 될 때가 됐는데 오히려 그 질문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왜를 묻지 않던 기성세대들의 관성, 그리고 그들이 지금의 세대를 결핍 없이 길러낸 결과다.

 

 

우리의 삶은 죽음이라는 하나의 매듭으로 완성되는데, 이 매듭을 잘 묶으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으니 늘 마음 한 켠이 공허하고 허전한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사람이든 사물이든 추억이든 진짜 소중한 것에 관심을 갖고, 괜찮은 인생의 매듭을 짓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어렵지 않다. 늘 죽음이 내 주변에 있고, 언제든 날 찾아올 수 있으며, 그게 그렇게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면 된다. 그럼 소중한 것은 저절로 눈에 보이고,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눈 밖에 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죽음을 기억하자.

 

 

개인의 만족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없다면 한번 테스트 해봐도 좋다. 3년 전, 5년 전에 비해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길어졌는지 아니면 짧아졌는지 말이다. 만약 더 짧아졌다면 어느 정도는 제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점점 설명이 길어지고 구차해진다면 지금의 방향이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함께 공부하던 여자친구와 결혼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집안은 여유롭지는 않아서 둘은 휴일도 없이 일한 끝에 대출을 받아 강남에 꽤 큰 아파트를 마련했다. 한강이 보이는 큰 아파트에 들어간 부부는 근사한 음악을 틀고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기 위해 둘은 또 죽어라 돈을 벌었다. 출산 계획도 나중으로 미루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휴대폰을 두고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때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 아침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 테라스 티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잔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강을 바라보면서.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면, 특히 세상에 존재하는 이런 차이를 몸으로 겪은 어른이라면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세상에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불평등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격차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벌어진 차이보다 훨씬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하더라도 극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글은 다른 언어를 표현하기에는 태생적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완성도나 표현력에 있어서는 결코 어느 문자에도 뒤지지 않는다. …… 늘 그렇지만 지나친 자랑 뒤에는 자신도 모르는 열등감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과 한국어를 아무런 열등감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 참 잔인하고 삭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는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인류는 매일 생사의 갈림길이 지배하는 초원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살아남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 전쟁과 그에 못지않게 잔인한 기아, 질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만약 먹고살 만했다면 우리는 지금 인류가 아니라 판다나 코알라 혹은 나무늘보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욕심이 많아 죽을 둥 살 둥 사는 게 아니라, 죽을 둥 살 둥 경쟁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인류가 된 것이다.

 

 

시대유감: 비상계엄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벌인 행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이상했다. 70~80년대도 아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대통령이 군인들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했고, 몇몇 헌법기관에 침투해 무언가를 획책하려 했다. 심지어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 그리고 영향력 있는 언론인마저 체포와 구금을 시도했다.

……

왜? 도대체 왜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하려 했던 것일까.

……

이런 결과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국민들에게서 비롯되었고, 국민들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또 어리석은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분명 치를 것이다. 외신의 평가처럼 할부로 조금씩 갚아나갈지, IMF 때처럼 큰일을 겪고 꽤 오랫동안 뼈에 새기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지기 싫어도 질 수밖에 없다. 그때 애먼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집단의 선택일지라도 개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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