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기억은 우리를 어떻게 다시 살아가게 할까 | 산곡미풍

하나의책장 2026. 7. 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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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저자 : 위화

출판사 : 푸른숲

출간 : 2026.05.19

장르 : 에세이 > 외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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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은 결국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준비인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아무 이유 없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스쳐 지나갔던 풍경, 누군가의 목소리, 계절의 냄새 하나만으로도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선명하게 살아나곤 하지요.

전 특히 어떤 장소를 지나갈 때 들었던 노래를 자연스레 각인하곤 합니다.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나 자신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산곡미풍』은 바로 그런 기억의 힘을 조용히 들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삶을 천천히 되짚으며 건네는 문장들은 참 담담한데 꽤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 것 같습니다.

 

 

과거가 아닌 오늘의 이야기, 기억

 

저자의 전작을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전 『인생』과 『원청』을 읽어봤었는데 그간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온 작가답게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자신의 삶을 담은 산문으로 독자를 찾아왔습니다.

『산곡미풍』에는 어린 시절의 풍경부터 작가가 되어 살아온 시간, 아버지이자 한 사람으로 살아온 순간들이 차분하게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뿐만 아니라 평범했던 하루들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는지를 돌아봅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자서전이라기보다 우리의 삶을 함께 비춰보게 만드는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선물이 되는, 삶

 

긴장이건 이완이건 모두 삶이 우리에게 준 것이다. 언제 무엇을 주는가는 ‘삶 마음’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쿠스트리차의 풀어진 신발 끈은 하나의 태도다. 그가 현재 긴장에서 멀어져 있음이 아니라, 긴장이 언제든지 자주 그를 찾아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안다. 더 이상 소년 쿠스트리차가 아니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쿠스트리차니까.

 

우리는 대개 힘들었던 시간은 잊고 싶어 하고 평범했던 날들은 금세 흘려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쁨, 슬픔, 후회와 설렘이 뒤섞여 있었던 시간들, 그 순간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삶이 건네준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과거를 미화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을 다시 바라봅니다.

 

내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건 꿈을 다시 생각하는 과정은 곧 꿈으로부터 버려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버려지고 나면 실감은 사라지고 허무감도 사라진다. 남는 건 무미건조한 기억뿐이다. 어린 시절의 아들이 금방 왔다 갔다.

 

생활은 계속 반복되고, 인간으로서의 생활은 한 번도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적이 없으며, 자신의 생활은 사실 이미 고정불변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바로 끊임없이 복습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작년을 복습하고, 작년은 재작년을 복습한다…. 생각을 계속할수록 기분은 점점 가라앉는다. 종국에는 삶에 자신감이 가득하던 사람도 염세주의자가 되어버린다. 이게 바로 연말에, 어른이 느끼는 불안이다.

 

유년 시절의 기억, 가족과 함께한 시간,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모두를 차분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기억들도 함께 떠오르게 됩니다.

특히 이 책은 위로를 말하기 위해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들려줄 뿐인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위안을 발견하게 됩니다.

 

 

간밤에 읽은 책, 산곡미풍

 

살아오면서 누구나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거나 붙잡고 싶은 순간이 있지만 책에서는 과거를 붙잡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을 다시 바라볼 용기를 건네죠.

기억은 우리를 과거에 머물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삶을 해석하는 태도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시간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일부라는 사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저 역시 지나온 시간들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산곡미풍』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드는 산문집입니다.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문장을 만나고 싶은 날이라면 한 번 펼쳐보세요.

오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를 찾는 분

잔잔한 위로가 담긴 외국에세이를 읽고 싶은 분

기억과 삶의 의미를 천천히 되새기고 싶은 분

 

 

 

『산곡미풍』은 지나온 시간을 애써 미화하지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그 시간들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날, 골짜기를 스쳐 지나가는 산들바람처럼 조용한 위로를 건네줄 한 권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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