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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 마음에도 주기가 있다면

하나의책장 2025. 5.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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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무성해지는 것들 _넷

 

마음에도 주기가 있다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창밖 햇살이 좋아도, 커피가 따뜻해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해도 문득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요.

세상의 온기가 곁에 있음에도 마음 한구석은 왠지 공허하고 덧없게만 느껴집니다.

 

그럴 때면 저는 하늘의 달을 떠올립니다.

조금씩 찰랑이며 차오르다 이윽고 비워내는 달의 주기를 말입니다.

늘 환한 것도 늘 어두운 것도 아닌 달도 사실은 우리의 마음처럼 주기를 따라 흘러갑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늘 일정하길 원했습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사람들 앞에 선명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서 있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런 기대를 매번 어겼고 마음 또한 늘 어딘가로 흘러갔습니다.

기쁨의 끝에 슬픔이 있었고 안도감 아래엔 막연한 불안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한 곳에 머물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라앉은 마음을 억지로 건지려 하지 않습니다.

괜찮은 척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런 감정에도 자리를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슬픔이 찾아오면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기쁨이 올 때는 그 감정의 온기를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기분에도 계절이 있고 감정에도 파도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마음에도 숨겨진 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주기는 각자 다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차오르다가도 이내 가라앉고 한없이 무거워지다가도 어느 순간 가볍게 풀리는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자라납니다.

 

슬픔은 참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도록 놓아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겠습니다.

감정은 억지로 움켜쥔다고 해서 머무르지 않고 억지로 밀어낸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저 조용히 흐르게 두는 것, 그 사이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할 수 있게 됩니다.

 

가끔은 너무 멀어진 것 같은 제 자신을 향해 이제는 서둘러 다그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괜찮지 않은 날도 분명히 제 일부이고 그날을 지나며 괜찮아지는 저 또한 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무겁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하루는 아닙니다.

그날의 감정이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쩌면 그 흐름 속에서 진짜 제 자신을 한 조각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은, 억지로 밝아지려 애쓰지 않겠습니다.

그저 지금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고요히 지나가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이 마음은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아직 조금 휘청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저는 조용히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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