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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추천도서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하나의책장 2025. 5.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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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우리 어머니들의 삶과 사랑을 절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신경숙의 소설『엄마를 부탁해』.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작품으로, 작가가 <리진> 이후에 펴내는 여덟 번째 장편소설이다. 연재 후 4장으로 구성된 원고를 정교하게 수정하고, 100여 장에 달하는 에필로그를 덧붙였다. 소설의 이야기는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저자
신경숙
출판
창비
출판일
2008.11.10

 

 

 

엄마를 부탁해

저자 신경숙

창비

2008-10-24

소설 > 한국소설

 

 

 

당신이 잃어버린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 책 속 밑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오빠 집에 모여 있던 너의 가족들은 궁리 끝에 전단지를 만들어 엄마를 잃어버린 장소 근처에 돌리기로 했다. 일단 전단지 초안을 짜보기로 했다. 옛날 방식이다.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그것도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남은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몇가지 되지 않았다.

 

엄마의 실종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상의하러 모였다가 너의 가족들은 예기치 않게 지난날 서로가 엄마에게 잘못한 행동들을 들춰내었다. 순간순간 모면하듯 봉합해온 일들이 툭툭 불거지고 결국은 소리를 지르고 담배를 피우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너는 석양빛을 받으며 너의 무릎에 얹힌 엄마의 얼굴을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응시했다. 엄마가 두통을 앓았었나? 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곧 송아지를 낳을 암소처럼 빛나고 둥글던 엄마의 검은 눈은 주름 속에 거의 감춰져 작아져 있었다. 붉은 기가 사라진 두툼한 입술은 건조한 채 부르터 있었다. 너는 이모의 죽음 앞에서도 울 수 없을 만큼 엄마가 극심한 두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너는 평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엄마의 외로운 팔을 들어 배에 얹어주었다. 일생을 노동에 찌든 엄마의 손등에 퍼진 검버섯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는 더이상 엄마를 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 채, 누군가의 딸이거나 아들이거나 엄마로서만 존재한다.

 

이젠 당신을 놔줄 테요.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너를 도시에 데려다주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밤기차를 탔던 그때의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네 나이와 같다는 것을 너는 아프게 깨달았다. 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도 소녀시절도 꿈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은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 자체였다. 엄마라면 지금의 너처럼 두려움을 피해 이렇게 달아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끝내 '엄마'라는 존재를, 그 생의 고요한 기도와도 같은 시간을 다 헤아리지 못했다.

 

 

■ 끌림의 이유

 

근래 주말이면 서재 정리에 여념이 없는데 처분할 책들을 고르다 책 한 권 앞에서 잠시 손이 멈추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어버이날이 다가오기도 했고 오랜만에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 똑 똑 흘리며 재독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랑을 놓치며 살아왔는지를 직면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특히 책에서는 자식으로서의 미안함과 아쉬움은 물론 깊은 애도의 정서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마라는 단어 그 자체로 무거운 감정이 동반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감정의 회고가 아닌 이해받지 못했던 존재로서의 엄마를 조명하기에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엄마를 부탁해』는 하나의 부재를 통해 수많은 존재의 의미를 되짚게 합니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엄마가 사실은 집의 중심이자 우리 내면의 지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사라진 후에야 사랑이 뒤늦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그 사랑에 늦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법을 알려줍니다.

 

소설 속 자식들은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들에게 엄마란 이름은 사랑이기도 하고 죄책감이기도 하며, 끝끝내 다다르지 못한 거리였습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존재의 온기를 깨닫는 아이러니라니...

그렇게 표현되었기에 읽는 내내 몰입하였고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속 방문마다 불을 켜는 느낌이었습니다.

 

엄마란 존재는 침묵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이 오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책에서는 침묵으로 인해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바라보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평소 낯간지러운 말을 좋아하지 않아 표현하지 않았다면 오늘만큼은 해야 할 날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꼭 표현해 보세요.

 

 

■ 건넴의 대상

 

바쁘게 살아오느라 가족의 얼굴을 놓쳐버린 분

가족에 대한 감정이 복잡한 분

오랜만에 엄마라는 이름을 천천히 불러보고 싶은 분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부모님, 자녀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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