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언덕에 바로 누워 | 김영랑시 짧은시 서정시 언덕에 바로 누워 언덕에 바로 누워아득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라보다나는 잊었읍네 눈물 드는 노래를그 하늘 아슬하야 너무도 아슬하야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마음의 가는 웃음 한 때라도 없드라니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거운 맘내 눈은 감기었네 감기었네 함께읽는시집 2024.10.08
김영랑 거문고 | 김영랑시 현대시 자유시 짧은시 거문고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老人)의 손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땅 우의 외롱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 떼들 쏘다니어내 기린은 맘 둘 곳 몸 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함께읽는시집 2024.08.21
김영랑 오월 | 김영랑시 서정시 짧은시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함께읽는시집 2024.08.20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서정시 현대시 짧은시 좋은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함께읽는시집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