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간밤에 읽은 책 |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하나의책장 2025. 1.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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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오랜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귀국한 돌싱 리에. 글을 쓰며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남편, 아들과 함께 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문병하는 주부 사키. 대학 시절 늘 셋이서 붙어 다녀서 지어진 이름, 쓰리 걸스. 졸업 이후 삼십 년간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았지만, 자유롭고 비범한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다시 뭉친 순간 그들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소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직선에서 살짝 벗어난 일상 이야기
저자
에쿠니 가오리
출판
소담
출판일
2024.12.09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저자 에쿠니 가오리

(주)태일소담출판사

2024-12-09

소설 > 일본문학

 

 

 

 

고개를 돌리자 콘센트에 마냥 꼽혀 있는 집 전화의 플러그에 쌓인 먼지가 보였다. 평소 웬만큼은 청소를 하고 있다 여겼는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소파 밑에서도 얇게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세이케 리에는 다미코의 대학 시절 친구다. 외국 금융회사에서 일하느라 영국에서 오래 생활했다. 한 달 전, 일을 그만두고 귀국할 텐데 살 곳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너희 집에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다미코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 집에는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다미코는 그 어느 쪽도 없다. 게다가 어머니와 리에는 옛날부터 신기하게 죽이 잘 맞아, 학창 시절에는 다미코가 집에 없을 때도(다미코는 강의가 있어 학교에 갔는데, 리에는 강의를 잘 빼먹었다는 뜻이다) 집에 놀러 오곤 했다.

리에는 전에도 간간이 귀국한 적이 있다. 그런 때면 늘 친가에서 지냈는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지금 친가에는 남동생 부부가 살고 있다.

"나, 집 없는 아이가 되었어."

본인은 그렇게 말하지만, 일찍부터 재테크에 열심이었던 리에가 도쿄 도내에 아파트를 몇 채나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미코는 알고 있다.

 

 

시스템을 알지 못하면 다룰 수도 없을 것 같아 사러 나가 봐야 가게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혼란스러울 게 뻔하니까, 결국은 주저하게 된다. 이런 게 나이를 먹는다는 거겠지, 하고 다미코는 생각한다. 예전 같으면 새로운 것이라도 바로 사러 갔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이 반가웠던 게 아니라, 세 사람을 통해 환기되는 그 옛날의 자신이 반가웠다. 부모님과 같이 살았고, 남편도 아들도 없어 홀가분했던 자신이다.

 

 

그런데도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런 남자들과 다른 상대가 나타나 가정을 꾸리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했으니, 지금 돌이켜 보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어느 시기부터는 그런 남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허탈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안도감이 컸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에이, 뭐야, 그런 거였어. 자욱하던 안개가 걷혀 시야가 깨끗해진 듯한, 그런 안도감이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계속 놀라면서 다미코는 옛 사진들을 바라본다. 셋 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간 같은데, 리에는 틀림없는 리에이고, 사키 역시 고집스러우리만큼 사키이고, 자신도 보나 마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자, 왠지 으스스 소름이 끼쳤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여자의 연애담 따위는. 남편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하고 사키는 생각한다. 오십 대쯤 되면 가정에 안주하고 있든지, 그렇지 않으면 일에 매진하며 남녀관계와는 무관한 생활을 하고 있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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