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의 시 「내가 나의 감옥이다」,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유안진 시인의 「내가 나의 감옥이다」를 함함께 읽으려 합니다.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억압을 주제로 합니다.
이 시는 곧장 자아를 향해 내리 꽂힙니다.
한 줄 한 줄이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나는 정말 나답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남기게 하죠.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아온 시간 그리고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한 날들을 고백합니다.
그리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밤송이처럼 겉과 속이 모두 단단히 가시 돋친 채, 스스로를 또 다른 껍질 속에 가두며 살아온 나날들.
그 무의식적 감옥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자기 부정의 방으로 다가옵니다.
■ 하나의 감상
타인의 시선을 견디느라 스스로 피했던 날들.
내 속마음이 아닌 세상의 기준에 맞춰 움직이던 나의 선택들.
이 시를 읽고 나니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다"는 고백은 슬프면서도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었을까요?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편견, 수치심 그리고 의무만을 들여놓고 정작 나 자신을 잊은 채 살아온 건 아닐까요?
이 시는 그런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이제는 나를 가두는 일을 멈춰도 된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진정한 나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제는 그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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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무뎌진 감정 사이에 놓인 조용한 울림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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