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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 진달래꽃 해설과 감상 | 이별의 순간, 시는 어떻게 마음을 붙드는가

하나의책장 2025. 5.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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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의 대표작 「진달래꽃」,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서 사랑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지키는 감정의 절정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시의 화자는 '나 보기가 역겨워'라는 말로 떠나는 이의 마음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원망도 매달림도 없이 그의 길을 꽃으로 수놓으며 보내는 이별의 의식, 이것은 단순한 순종이 아니라 가장 깊은 애정이 끝에서 선택한 절제의 방식입니다.

눈물조차 흘리지 않겠다는 마지막 연의 다짐은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고요한 의지이자 한국 서정시 특유의 절묘한 미학이자 품격이라 할 수 있죠.

 

김소월은 이 시를 통해 조용한 시 속에 가장 격렬한 감정을 숨겨놓는 법을 보여줍니다.

 

 

■ 하나의 감상

 

어릴 적 처음 이 시를 배웠을 땐 그저 아름답지만 옛스러운 시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를 정말 사랑했던 기억을 지나온 후에 다시 이 시를 읽게 되니 전혀 다른 결이 느껴졌습니다.

 

진달래꽃을 따다 가는 길목에 조용히 뿌려주는 마음,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겠다는 고요한 다짐.

그 속엔 붙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보내주는 사랑의 태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별의 순간, 그 사람을 탓하지 않고 그저 마음속에서 길을 만들어주듯 보내주는 일.

그건 아마도, 가장 깊은 사랑이 선택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이 시를 읽으며 떠오른 얼굴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이름을 오늘 조용히 불러보세요.

혹시 그 누군가를 아직 마음속에 담고 있다면 이 시가 당신을 위로할지도 모릅니다.

 

다음엔 이해인 시인의 「민들레의 영토」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여운이 남길 바라는 시집, 함께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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