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바움가트너 - 폴 오스터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하나의책장 2025. 5. 2. 07:00
반응형

 

 

 

 

 
바움가트너
이것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상실 속에서도 바움가트너는, 그리고 오스터는 상상력의 힘,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을 발견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 금정연(작가)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하여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견고히 자리 잡은 작가 폴
저자
폴 오스터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25.04.30

 

 

 

바움가트너

저자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25-04-30

원제 : Baumgartner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세계문학 > 미국문학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그저 다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무를 뿐이다.

 

 

 

■ 책 속 밑줄

 

 

바웈가트너는 서재, 코지토리엄, 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자신의 2층 방 책상에 앉아 있다. 펜을 손에 들고 키르케고르의 가명들에 관한 논문 세 번째 장의 한 문장을 쓰던 그는 그 문장을 마무리하는 데 인용해야 할 책이 거실에 있다는 것, 어젯밤 거기 둔 채 침실로 올라왔다는 것이 기억난다.

 

 

우리가 어디 있죠?

어디? 흠, 우리는 물론 여기 있지, 우리가 늘 있는 곳에 - 우리 각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자신의 여기 안에 갇혀 있죠.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말하자면, 솔직히 나 자신이 불쌍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는 않고, 왜 하필이면 나냐, 하고 하늘을 향해 신음을 토하지도 않아요. 왜 내가 아니어야 하나요? 사람들은 죽어요. 젊어서 죽고, 늙어서 죽고, 쉰여덟에 죽죠. 다만 나는 애나가 그리워요, 그게 전부예요. 애나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고, 이제 나는 애나 없이 계속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해요.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람이 허구의 작품에서 전개되는 가상의 사건으로 인해 변화를 겪을 수 있듯이 바움가트너는 꿈에서 자신에게 스스로 해준 이야기로 인해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이제 창 없던 방에 창이 생겼다면, 누가 알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창살도 사라져 마침내 바깥공기 속으로 기어 나갈 수 있는 날이 올지.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이제 곧 해가 땅과 만드는 각을 더 좁히며 기울어지면, 빛을 발하고 숨을 쉬는 것들, 밤이 내리면 점차 희미해지다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들의 유령 같은 아름다움이 해가 비추는 세계를 흠뻑 적시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제 세부적인 것은 기억에 없지만, 한 가지, 어딘가에서 차를 세우고 피크닉 점심을 먹었던 일, 모래가 많은 땅에 담요를 펼치고 애나의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건너다보았던 일은 떠오른다. 그때 그는 강렬한 행복감이 큰물처럼 밀려오는 바람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 얘야, 남은 평생 기억해, 앞으로 너한테 일어날 어떤 일도 지금 이것보다 중요하진 않을 테니까.

 

 

■ 끌림의 이유

 

죽음 이후의 삶을 다룬 소설은 많지만 『바움가트너』는 유독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요하게 묻는 이 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게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 간밤의 단상

 

유난히 소란스러웠던 날이었습니다.

바움가트너는 깜빡 잊고 까맣게 태워버린 알루미늄 냄비를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을 끓이다 놓친 실수였지만 그 냄비는 그의 삶에서 특별한 기억을 담고 있었습니다.

독립해 처음으로 산 냄비였고, 바로 그 가게에서 애나를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는 더 이상 곁에 없는, 평생 사랑했던 아내 애나를 떠올립니다.

 

삶은 어쩌면 이렇게나 담담한 얼굴을 한 채 사랑을 잃은 이에게 남은 시간을 건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움가트너는 그런 고요한 시간 속에서 상실과 사랑을 천천히 어루만집니다.

기억과 부재가 뒤엉킨 공간에서, 그는 여전히 살아가는 길을 찾아 나서고 있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그 부재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감정의 격랑 없이 흘러가는 서사이지만 오히려 그 잔잔한 결이 마음을 오래도록 울렸습니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빈자리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 건넴의 대상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분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밤을 보내는 분

폴 오스터의 마지막 문장을 곱씹고 싶은 분

 

 

 

오늘은 바움가트너와 함께 고요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