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읽은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하나의책장 2025. 4.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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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출판일
2019.06.2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김초엽

허블

2019-06-24

소설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소설 > 테마문학 > 영화소설

 

 

 

우리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이야기하게 될 거예요.

 

 

 

■ 책 속 밑줄

 

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 편지가 네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가 떠났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이겠지. 어른들이 많이 화가 났을까. 그동안 나처럼 성년이 되기 전에 마을을 뛰쳐나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괜찮다면 대신 이야기를 전해줄래? 여전히 그분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야. 너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시초지’로 가고 있어.

 

 

밤마다 떠오르는 다섯 개의 위성들은 이곳이 지구가 아님을 증명하듯 빛났다. 기록장치만이 희진에게 익숙한 지구식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마침내 그들을 만났을 때, 희진은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있었다. 이족 보행을 하는, 팔다리를 가진 사람들. 누군가 드디어 희진을 구하러 온 걸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곳은 낯선 행성이다.

 

 

이름이 없는 행성. 그곳의 이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신비한 세계에 몽환적인 상상을 덧대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류드밀라의 행성이라고 불렀다. 행성의 실존과는 무관하게 그런 이름으로 합의된 어떤 세계가 있었다. 류드밀라가 기억하는, 류드밀라가 가보았던, 류드밀라가 창조한, 류드밀라가 일관적으로 그려내는 분명한 세계.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이곳이 내가 선택한 우주라는 걸 믿고 싶었다.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기억을 잃어도 사랑은 남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 끌림의 이유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책은 과학적 상상력 위에 인간 감정의 섬세한 결을 덧입힌 SF 문학이었습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은 늘 관계와 이해 그리고 연결에 있었습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결은 마치 하나의 세계관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거리, 시간, 존재, 기억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며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해 사유하게 만듭니다.

SF 문학이 이렇게까지 감정에 가깝고 조용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국내 SF문학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조용히 제시한 이정표 같은 책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을 읽고 난 후, 오래도록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한 편의 단편이 우주의 이야기이자 곧 나의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SF 장르가 주는 낯선 거리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잔잔한 감정의 여운만이 남았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이야기하게 될 거예요.

이 한 문장이 유독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해는 단순한 지식의 교환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도와 이야기의 반복 속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잠들기 전에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눈을 감기 전,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먼 우주를 떠돌다 보면 이 세상의 외로움이 조금은 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닿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가니까요.

 

 

■ 건넴의 대상

 

SF 입문자 혹은 감성적인 과학 이야기를 원하는 분

이해와 공감이라는 말에 가슴이 찡해지는 분

 

 

 

우주보다 더 멀리 있는 건 어쩌면 서로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그 마음 사이를 비추는 작은 별빛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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