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오월 | 김영랑시 서정시 짧은시 오월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함께읽는시집 2024.08.20
조지훈 승무 | 청록파 서정시 짧은시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함께읽는시집 2024.08.18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서정시 현대시 짧은시 좋은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함께읽는시집 2024.08.15
이육사 절정 | 현대시 짧은시 좋은시 절정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함께읽는시집 2024.08.13
한용운 첫키스 | 사랑시 짧은시 좋은시 첫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마셔요, 제발 마셔요.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마셔요, 제발 마셔요.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럼에 울지 마셔요.마셔요, 제발 마셔요.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마셔요, 제발 마셔요.미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함께읽는시집 2024.08.05
이해인 꽃멀미 | 이해인수녀 짧은시 좋은시 꽃멀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있는 것은 아픈 것,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함께읽는시집 2024.08.03
이해인 한 방울의 그리움 | 짧은시 좋은시 한 방울의 그리움 마르지 않는한 방울의잉크빛 그리움이오래 전부터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다시 번져오는이 그리움의 이름이바로 당신임을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당신을 잘 모르듯이내 마음도 잘 모름을용서받고 싶습니다 함께읽는시집 2024.08.02
윤동주 해바라기 얼굴 | 짧은시 좋은시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해바라기 얼굴해가 금방 뜨자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누나의 얼굴얼굴이 숙어들어집으로 온다. 함께읽는시집 2024.07.31
윤동주 서시 | 짧은시 좋은시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함께읽는시집 2024.07.30
존 러스킨 사랑을 한다 | 사랑시 좋은시 짧은시 사랑을 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불완전하기에 사랑을 한다사람이 완전치 못한 것은이미 하늘이 정한 일 인간 생활에 똑같이 스미는 원칙은서로 애써야 한다는 거야그리고 남에게 너그러워야 한다는 것 완전이란 오로지 신에게만 있고사람은 다만 그에게 갈 수 있을 뿐이지 함께읽는시집 202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