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엔 무적의 여름이 숨어 있다
저자 바스 카스트
갈매나무
2024-06-17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처음 내가 그런 주장을 했을 때, 사람들은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죄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신경정신의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뇌 속의 특정 분자들을 생각하고, 이 분자들에 어떻게 약물로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하는 데 훈련이 되어 있다. 그렇게 하면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체가 복합적인 체계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건강한 식생활, 피트니스 프로그램, 해독요법 같은 것이 해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질 좋은 식단은 머릿속의 해마를 빠릿빠릿하게 만들어 신경발생을 자극함으로써, 정신적 경직과 과도한 반추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 해마가 튼튼하면 스트레스 회복력이 높아지며, 나아가 건강한 식생활은 일상적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처하게끔 하여, 균형 잡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펠리체 자카가 식단 실험을 하며 환자들의 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건 아니었다. 대신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단의 주재료들이 해마의 수축을 막아주거나, 해마가 성장하도록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질병 행동sickness behavior'은 감기에 걸렸을 때는 나타나지만, 허리가 아프거나 이명이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질병 행동은 '감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꼭 직접적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된 상태가 아니어도 말이다.
그렇다. 진짜 범인은 바로 면역계다. 면역계가 경보 상태로 옮겨가자마자 뇌는 '질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환된다.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므로, 운동은 스트레스 또는 더 나아가 부정적인 감정 조절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여기서 이로운 점은 동료의 기분 나쁜 말이나, 신기하게도 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아드는 나쁜 소식과는 달리, 운동은 난데없이 벼락처럼 떨어져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은 우리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우리는 그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수준을 적절한 정도로 조절할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미국의 연구진은 적외선 전신온열 가온 장치를 이용해 우울증 환자들의 체온을 일시적으로 38.5도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 요법은 1회에 평균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온열 요법만으로도 몇 주간 우울증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자극을 거르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 그냥 편히 쉬면 된다. 능동적으로 주의력을 조절하거나,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필요가 없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자극에 심신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지친 주의력과 마음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힘을 충전받을 수 있다.
어떤 꿈들은 인과적 연결고리가 있는 경우 정말로 심리치료 기능을 떠맡을 수 있다. 뇌는 최대로 이완된 상태에 있게 되는 시간에 스트레스가 되었던 경험을 되풀이한다. 그러면 그 사건은 우리의 전기에 편입되며, 차츰 그것을 경험할 때 느꼈던 직접적인 감정의 무게를 잃는다.
우리는 곧 마음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마음과 잘 지내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동양 문화, 특히 불교에서는 일찌감치 ‘직접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외부 세계를 바꾸는 게 아닌 내면세계로 향하는 길 말이다. 결국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외부 세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행복에 이르려 하는 대신에 내면세계, 즉 마음에 집중하여 자족하는 마음을 훈련하라고 권한다.
우리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그 경험과 대면할 때라야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힘들었던 경험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때 말이다.
'그래 맞아, 그랬어. 그리고 그거 알아? 뭐 괜찮아. 나는 이런 거부를 경험했고, 그런 경험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어. 나는 그런 경험을 받아들여. 내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내가 사랑받을 만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야. 이런 개별적 경험은 객관적인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아. 우리 부모님이 내게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는지 누가 알겠어. 하여튼 내가 경험한 일은 마음 아픈 일이야. 하지만 나는 더는 그 일과 내적으로 싸우지 않을 거야. 이런 방식으로 더 고통스러워질 따름이니까. 내가 그 경험을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의 아픔은 남을 거야. 하지만 아픔으로 인한 괴로움은 멈출 거야.' 이런 식으로 마음챙김 기법의 두 가지 핵심인 열린 마음과 수용을 결합해 우리 마음의 평화에 상당히 이바지할 수 있다.
명상과 마음챙김은 삶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그 모든 불안과 걱정을 위한 직면 요법이라 할 수 있다. 명상하기 위해 앉아 있는데 머릿속의 목소리가 온갖 걱정을 늘어놓으면, 그런 생각을 그냥 지각하라. 그리고 가능하면 평온하게 관찰자 모드로 거리를 둔 채, 그것이 먹구름인 양 우리 곁을 지나가게 하라.
기존의 항우울제는 그것이 어떻게 변화를 이루어내는지 당사자는 잘 모르는 채로 심리 안정 효과를 얻는다. 이런 도움은 사실 순전히 화학적인 것으로, 우울증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환각제는 이와 달리 자신의 화학 작용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함께 끌어들인다. 환각제는 우리의 뇌와 정신이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환각 경험이 아주 강렬한 이유는 자신의 뇌에 놀라운 자가 치유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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