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크리스타 K. 토마슨
- 출판
- 흐름출판
- 출판일
- 2024.12.16
악마와 함께 춤을
저자 크리스타 K. 토마슨
흐름출판
2024-12-16
원제 : Dancing with the Devil (2024년)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당신에게 정원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곳은 푸르르며 아름다운 꽃으로 무성하다. 하지만 늘 관리를 해줘야 한다. 당신은 매일 정원으로 향하며 성실하게 할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곳에는 늘 녀석이 있다. 바로 ‘잡초’ 말이다. 가끔은 이 녀석들을 뽑아내는 데 성공할 때도 있지만, 그 자리엔 항상 새로운 잡초가 나타난다. 녀석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덥고 끈적끈적한 여름철에는 며칠 관리가 소홀해진다. 그러다 다시 정원으로 나가 보면 잡초는 더 무성해져 있다. 잡초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녀석들은 정원을 점령하고 망친다.
이 정원이 당신의 삶이며 분노와 시기, 양심, 경멸과 같은 나쁜 감정이 잡초다. 최고의 정원은 잡초가 없는 정원이고, 최고의 삶은 나쁜 감정이 없는 삶이다. 이것이 바로 나쁜 감정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철학자들은 사유를 시작한 이래로 쭉 감정에 대해 생각해 왔고, 따라서 감정에 대한 이론을 많이 개발했다. 이론은 감정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명료화하고 체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론은 감정이 무엇인지 말해 주는 반면 감정과 함께 잘 살아갈 방법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살펴볼 것이다. "좋은 삶과 나쁜 감정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감정이 제기하는 '실천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의미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 문제처럼)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다.
감정은 일종의 육감과 같아서 우리는 감정을 통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 우리가 미처 뭔가를 깨닫기도 전에 감정이 먼저 그걸 깨달을 때로 있다.
… 또한 우리는 중요하거나 신경이 쓰이는 것에 감정을 쏟곤 한다.
삶에서 감정을 분명 중요한 일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감정의 관계가 항상 수월한 것은 아니다. 감정은 명확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우리를 놀라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까닭은 우리가 감정의 일부는 통제할 수 있고 일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느끼고 싶은 감정이나, 느낄 거라고 예상하는 감정을 항상 느끼진 않는다.
이성은 감정을 포함하고 감정도 이성을 포함한다. 그런데 '머리 대 가슴'은 때로 감정이 반사작용에 가깝다고 가정하기도 한다. 어두운 방에 들어가면 동공이 확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감정이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감정의 '지향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감정의 합리성 문제는 나중에 다시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인 감정은 언제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머리 대 가슴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머리가 어디서 끝나고 가슴이 어디서 시작되는지가 항상 분명한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머리와 가슴은 한 사람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나쁜 감정은 자기애의 표현이며, 그건 우리가 자신의 삶과 자신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웃의 아름다운 집을 부러워하는 건 나도 그런 집을 갖고 싶기 때문이며, 그것은 성공을 정의하는 한 방법이다. 제일 싫어하는 동료의 비아냥에 화를 내는 건 내가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경멸한다면, 그건 내가 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람에게는 시간이나 관심을 쏟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능력을 의심하거나 나를 쥐고 흔들려는 사람에게 앙심을 품는다.
자아는 뚱뚱하고 집요한 존재가 아니다. 연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다. 자아를 사랑한다는 건 항상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존재를 사랑하는 법은 알기 어렵다.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도전은 그런 존재를 솔직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변명하지도 옹호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자기애야말로 나쁜 감정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열쇠다.
나쁜 감정이 우리 삶에 존재하는 건 우리가 나쁜 감정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며 그건 당연한 일이다. 나쁜 감정을 없애려 하거나 밀어내려 하는 건 실수다. 우리에겐 나쁜 감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삶이 의미 있는 건 삶 속에 나쁜 감정이 함께해서다. 삶에 대한 애착은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데 그건 바로 흙이다. 흙이 충분히 기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그리고 좋은 흙에는 지렁이가 가득하다.
분노는 견디기 힘든 나쁜 감정 중 하나다. (…) 분노를 솔직하게 대한다는 건 반드시 바람직한 종류의 분노만 느껴야 한다거나 분노에 항상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좋은 분노도 나쁜 분노도 없다. 그저 분노가 있을 뿐이다.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거나 분노를 길들여서 분노가 항상 얌전히 굴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분노를 불의에 맞서 싸우는 도구나 적을 파괴하는 무기로 만들 수도 있고 그냥 분노를 느끼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다른 나쁜 감정과 마찬가지로 질투는 고통스럽고 솔직하게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특별한 관심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긴 어렵고, 나의 특별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내가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나는 과연 내가 바라는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앙심을 품게 되는 건 내 골방에 누군가가 불쑥 들어오려고 할 때다. 물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현명한 일이고 나도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내게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하면 나는 정반대의 선택을 할 것이다. 단지 그 선택이 정말로 내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현명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내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건 나 자신임을 주장하는 한 방식이 앙심이다.
정의로운 경멸은 인격의 기본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원칙이 없는 사람들을 향한 것이다. 줏대 없는 아첨꾼, 무자비한 기회주의자 그리고 가식적인 사기꾼은 모두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경멸의 정당한 표적이 된다. 비열한 자는 경멸받아 마땅하다.
'간밤에읽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밤에 읽은 책 | 안의 별사 (1) | 2025.02.07 |
---|---|
간밤에 읽은 책 | 침대 부수기 (0) | 2025.02.06 |
간밤에 읽은 책 | 채식주의자 (0) | 2025.02.05 |
간밤에 읽은 책 | 어른의 영향력 (1) | 2025.02.04 |
간밤에 읽은 책 | 설날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0) | 2025.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