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데이비드 이글먼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4.11.22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
알에이치코리아(RHK)
2024-11-22
원제 : Incognito (2011년)
과학 > 뇌과학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인지심리학
거울 속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라. 멋지고 잘생긴 모습 뒤에,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기계가 숨은 우주처럼 움직이고 있다. 정교하게 맞물린 뼈대, 튼튼한 근육망, 상당량의 특수한 액체, 서로 협업하는 내부 기관들로 이루어진 그 기계는 어둠 속에서 칙칙폭폭 열심히 움직이며 우리 생명을 유지해준다. 자가 치유 능력을 갖춘 하이테크 감각 소재로 이루어진 막, 즉 우리가 피부라고 부르는 막이 이 기계를 매끈하게 덮어 보기 좋은 모양을 연출한다.
뇌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세포와 교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들이 수천억 개나 된다. 이 세포들은 각각 도시 하나만큼 복잡하며, 그 안에 인간의 게놈 전체를 품고 있다. 수십억 개의 분자들을 복잡하고 효율적으로 교환하는 역할도 한다. 각각의 세포는 초당 최대 수백 번 다른 세포에 전기 펄스를 보낸다. 뇌에서 오가는 이 수많은 펄스들을 각각 광자로 표시한다면, 눈이 보시다 못해 멀 것 같은 광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두개골 안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사실은 인류의 지성이 이룩한 가장 의미 있는 발전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가 하는 행동, 생각, 경험의 수없이 다양한 측면들이 광대하고 촉촉하며 화학물질과 전기로 움직이는 네트워크, 즉 신경계와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 이 기계는 우리에게 낯설기 그지없지만, 어쨌든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목소리가 물리적인 존재라는 말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공기 중의 분자에 가해지는 아주 미세한 압력까지 감지할 만큼 예민한 기계를 만든다면, 밀도의 변화를 포착해서 나중에 제한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기계를 마이크로폰이라고 부른다.
생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무게가 나가는 물건 같지는 않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덧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에 형태나 냄새 같은 물리적인 성질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도 일종의 엄청난 마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생각도 물리적인 영향을 받는다.
우리 자신의 뇌 회로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가장 먼저 간단한 교훈 하나를 얻는다. 행동과 생각과 느낌 대부분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뉴런으로 이루어진 광대한 정글이 알아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의식을 지닌 나, 아침에 눈을 뜰 때 깜박거리며 살아나는 '나'는 뇌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가장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뇌의 기능에 기대어 내면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뇌는 스스로 쇼를 진행한다. 뇌가 수행하는 작전의 대부분은 우리 의식이 지닌 보안등급을 넘어선다. '나'에게는 그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뇌는 정보를 수집해서 행동 방향을 적절하게 조종하는 기능을 한다. 의사결정에 의식이 관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의식은 관여하지 않는다.
뇌는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곧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은 아니다.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우리의 신경회로는 조상들이 진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조성되었다. 뇌도 비장이나 눈과 똑같이 진화의 압박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우리 의식도 마찬가지다. 의식이 발달한 것은 그편이 이롭기 때문인데, 그 이로움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뇌를 점점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가 모든 활동의 중심이라는 직감에서 더 정교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감탄하는 시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수십 가지 유형이 있는 공감각은 개인이 보는 주관적인 세계가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준다. 각자의 뇌가 스스로 무엇을 지각할지, 또는 무엇을 지각할 수 있는지 결정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역할도 한다. 이 사실이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점을 다시 불러낸다. 즉, 현실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관적이라는 사실. 뇌는 수동적으로 현실을 기록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을 구축한다.
우주가 이렇게 광대할 줄을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듯이, 우리 자신이 이렇게 대단할 줄을 직관과 성찰로 알아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내면 우주의 광대함을 처음으로 언뜻 목격하는 중이다.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우주는 자기만의 목표, 책임, 논리를 갖고 있다. 뇌는 우리에게 외계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기관이지만, 그 세세한 회로 패턴이 우리의 내면생활을 조각해낸다. 뇌는 얼마나 당혹스러운 걸작인지. 그리고 이 뇌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의지와 기술이 있는 시대에 살게 된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우리가 우주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것. 그것이 뇌이고, 그것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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