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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4

한강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 한강시집 현대시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거리 한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둥글게더 둥글게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함께읽는시집 2024.10.22

간밤에 읽은 책 | 서로가 꽃

서로가 꽃​​우리는 서로가꽃이고 기도다​나 없을 때 너보고 싶었지?생각 많이 났지?​나 아플 때 너걱정됐지?기도하고 싶었지?​그건 나도 그래우리는 서로가기도이고 꽃이다   제비꽃 그대 떠난 자리에나 혼자 남아쓸쓸한 날제비꽃이 피었습니다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피었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사랑이 아니다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사랑이 아니다금방 듣고 또 들어도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이 목소리 들었던가……서툰 것만이 사랑이다낯선 것만이 사랑이다​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다시 한번 태어나고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다시 한번 죽는다.   첫눈 같은​​멀리서 머뭇거리만 한다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다와서는 잠시 있다가..

간밤에읽은책 2024.09.29

이성부 벼 | 가을시 농촌시 짧은시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워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바람 한 점에도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이 넓디넓은 사랑,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이 피묻은 그리움,이 넉넉한 힘……

함께읽는시집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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