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책과 마주하다』
너, 내 집사가 돼라!
죽기로 결심한 그 밤, 골드에게 프랭키가 찾아왔습니다!
저자, 요헨 구치는 1971년 동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언론인과 작가로 일하며 베를린에 살고 있습니다.
막심 레오와 함께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으며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는 1년 넘게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저자, 막심 레오는 구 동독에서 태어나 통독 후 베를린 자유대학교와 파리 정치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TV 방송국 RTL 기자를 거쳐 지금은 독일의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의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으로 2002년에는 '독일-프랑스-언론상'을 2006년에는 '테오도르-볼프상'을 수상했습니다.
2011년에는 동서독 분단시절 동독에서 생활했던 자신의 가족 이야기 '마음의 준비를 해 둬'를 출간해 '유럽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70년 넘게 방영되고 있는 범죄수사드라마 '타트오르트'의 대본 작가로도 활동 중입니다.
여기 죽고 싶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사고로 잃고 충격과 좌절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거든요.
그렇게 두툼한 끈을 목에 감고 계획을 실현하려는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그 고양이는 바로 쓰레기 언덕에 사는 프랭키.
자신을 향해 팔을 마구 내젓는 프랭키를 쫓기 위해 골드는 엉겁결에 물건을 던지는데, 아뿔싸!
그 물건을 머리에 맞고 프랭키는 기절하게 됩니다.
일단 골드는 프랭키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 런! 데!
프랭키가 말을 하네요?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잠시 제정신이 아닌 건가 싶었지만... 맞습니다. 분명 맞아요.
고양이가 말을 합니다.
사실 프랭키가 커다란 창문을 들여다보았을 때 수집했던 내용은 이랬습니다.
자세한 상황 1 : 정말 어떤 남자가 있었다.
자세한 상황 2 : 그는 의자 위에 서 있었다.
자세한 상황 3 : 방 천장에서 끈이 하나 내려와 있었다.
자세한 상황 4 : 남자는 그 끈을 목에 감고 있었다.
자세한 상황 5(상황 4에 보충하여) : 그 끈은 무진장 두툼했다.
끈을 무진장 좋아하는 프랭키는 여태껏 이런 멋진 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묘생 최고의 시절이었던 베르코비츠 부인과 살던 때가 생각날 정도였으니깐요.
"낭수고!"
"뭐라고?"
"난수고양!"
날아온 물건에 머리를 맞아서 인간어가 조금 나른해진 것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골드가 답답해 프랭키는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습니다.
"나는 수고양이라고!"
그렇게 그 일을 계기로 골드의 집에 눌러 앉은 프랭키와 엉겁결에 집사가 된 골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실 골드의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해서 그 계획을 포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엉겁결에 집사가 되었지만 점점 더 무리하게 요구하는 프랭키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골드는 죽을 시간도 부족해집니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싫었다면 프랭키를 외면하고 쫓아냈겠죠.
희한하게 황당한 일이 분명한데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골드였습니다.
그리곤 어느새 프랭키를 통해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바로 '삶의 의미'였습니다.
날이 밝았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골드의 무릎에 뛰어 올라 외쳐도 반응하지 않자 코를 꾹 누르며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나 오줌 눠야 해. 그러니까……."
"지…… 지금 몇 시야?"
"몰라. 나는 수고양이라고. 시계가 없어."
"4시 반……."
"그래서 뭐?"
"일러. 너무 이른 시각이야."
"나 오줌 눠야 해."
또한 프랭키가 먹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골드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이 문제에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요.
"나 배고파!"
필살기 [귀엽게 보기]를 시전해도 아무 반응 없는 골드는 프랭키를 보며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쥐를 잡아."
"배고프지 않아? 당신도 뭔가 먹고 싶을 거잖아. 아니야?"
"이제 더는 필요 없어. 관심 없다고. 만사가 귀찮아."
여기서 물러설 프랭키가 아니지요!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골드를 끝내 깨워 소변을 보러 나가고 밥도 얻어 먹습니다.
과하다 생각들지 모르겠지만, 짝사랑하는 암고양이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며 영화에 출연시켜달라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만 들어도 [귀찮은 +10], [귀찮은 +20] ……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무기력한 골드를 움직이기에는 안성맞춤이었지요.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한 언급은 안 하겠지만)
마지막에 골드와 프랭키는 잠시 떨어져 지내게 됩니다.
그 때, 골드가 프랭키에게 남긴 편지 한 통이 있어요.
너는 이렇게 말했지. "인생은 단순해. 그 어떤 멍청이라도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매일 일어나고, 계속 살아가는 일이 힘겨워. 너무나 피곤해. 내 분노 때문에. 영원한 고통 때문에. 난 이제 다시 가벼워지려고 해.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빛이 있기를 바라. 내가 그냥 단순하게 살아갈 수 있는 멍청이라면 좋겠어. 하루, 또 하루 살아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멍청이.
간혹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동물로 인해 삶의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는데, 소설이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화같은 소설이라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근래 읽은 소설 중 BEST 5에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프랭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힐링 소설,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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