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저자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16-08-24
원제 : The Course of Love (2016년)
소설 > 영미소설
사랑은 시작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 책 속 밑줄
호텔은 말리가에서 동쪽으로 반시간 거리에 있는, 나지막이 노출된 암반 위에 서 있다.
다른 사람이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 이 확신은 아주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에 중요한 건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 작용 과정을 건너뛰기에 더더욱 정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만 같은 자연발생적인 감정이다.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산만한 파티를 끝내고 혼자 걸어오는 귀갓길,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흘러가는 일요일, 아이들 때문에 녹초가 되어 대화를 나눌 기운조차 없는 부부들 뒤를 따라다니는 휴가, 누구의 가슴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쓸쓸한 깨달음은 이제 족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우리의 낭만적인 삶은 슬프고 불완전하게 끝날 운명이다. 우리가 강력히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가지 근본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곤란하게도 우리는 유토피아적으로 이 분열에 수긍하기를 거부하고, 대가 없이 어떻게든 일치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순진하게 소망한다. 자유사상가가 모험을 추구하며 사는 동시에 외로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고, 결혼한 낭만주의자들이 섹스와 애정, 열정과 일상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결함을 마주하는 긴 여정, 그리고 그 결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있기로 선택하는 것이었다.
■ 끌림의 이유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날카롭고도 다정한 문체와 시선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첫사랑의 달콤한 환상 대신 연애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현실의 순간들을 정직하게 그려 냅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감정의 파도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꺼내 이야기하는데, 소설이지만 마치 우리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각이 들어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따뜻하게 차올랐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다시 펼쳤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작가 중 한 분이라 전작 대부분을 거의 읽었지요.
처음 저자의 책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색하는 그의 시선이 항상 인상깊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가는 사랑의 시작과 지속되는 일상 속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가면서 우리가 왜 사랑에 빠지고 왜 실망하며 그럼에도 왜 다시 사랑하는지를 질문합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실망하거나 외면당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상대가 아닌 내 기대에 어긋난 것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 경계에서 서성이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담아냅니다.
사랑은 결국 상상에서 시작되지만 함께 살아가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일입니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성장해야 하는 감정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 건넴의 대상
연애와 사랑에 대해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감정과 일상, 철학이 만나는 깊이 있는 글을 찾고 있는 분
알랭 드 보통의 전작들을 좋아하셨던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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