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저자 헤르만 헤세
열림원
2024-07-30
소설 > 세계의 문학 > 독일문학
에세이 > 외국에세이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면, 반드시 혼자 견뎌야 하는 순간이 있다.
■ 책 속 밑줄
인생은 무의미하고 잔혹하고 어리석습니다. 그럼에도 찬란하지요. 인생은 지혜롭기에 인간을 비웃지 않지만(정신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지렁이만큼이나 인간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직 인간만이 자연의 변덕이자 잔인한 유희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너무 과신해서 꾸며 낸 실수입니다.
인생은 계산도 수학 도식도 아닌 기적이다. 내 평생이 그랬다. 모든 것이 되돌아왔다. 똑같은 곤경, 똑같은 욕망과 즐거움, 똑같은 유혹이. 나는 계속 같은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고, 같은 연(鳶)들과 싸웠고, 같은 나비를 쫓았다. 항상 같은 상황과 상태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건 영원히 새로운 놀이였고, 항상 아름답고 항상 위험하고 항상 흥분되었다. 나는 수천 번도 넘게 신이 나서 들떠 있었고, 수천 번도 넘게 죽도록 피곤했으며, 수천 번도 넘게 유치했고, 수천 번도 넘게 늙고 차가웠다.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깨닫되 스스로에 대해 판단하거나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속에 예감의 형태로 미리 그려져 있는 삶의 모습으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지요. 특히 노발리스는 "운명과 마음은 한 개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네가 책 속에서 찾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 반짝거린다.
그건 이제 너의 것이기 때문이니.
매일 세상의 충만함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매일 꽃이 피고, 매일 해가 비치고, 매일 기쁨이 웃음 짓는다. 어떤 때는 우린 감사한 마음으로 그런 것을 한껏 누리지만, 어떤 때는 피곤하고 지쳐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늘 흘러넘치는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기쁨의 멋진 점은 아무 노력 없이도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고,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쁨은 누구에게나 신의 선물처럼 자유롭게 주어진다.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피나무꽃의 향기처럼.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지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린 시절 언제였던가, 나는 초원을 따라 걸었지, 그때 아침 바람을 타고 노랫소리가 조용히 들려왔지.
푸른 공기의 소리였을까, 아님 꽃향기였을까!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그 소리는 영원히 울려 퍼졌지, 나의 어린 시절 내내.
노년의 정원에서는 우리가 예전에는 거의 돌보지 않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고결함의 꽃이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무너지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 끌림의 이유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는 혼란과 속도에 휘둘리는 삶 한가운데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말해주는 책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편지, 에세이, 단상들을 엮은 이 책은 그의 사유가 얼마나 따뜻하고 단단한지를 보여줍니다.
헤세는 고독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신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죠.
누구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기만의 결로 살아가는 것, 헤세는 그것이 진짜 자유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은 세상과 싸우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이죠.
■ 간밤의 단상
최근 제 마음에도 조용한 피로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속도를 늦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고 감정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냈지요.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뜨겁고, 시끄러운데… 그 안에서 저만 점점 작아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에 내려와 마음의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벽녘 조용히 펼친 이 책은 제게 속삭이듯 말해주었습니다.
작아지는 것도 삶이라고.
무너지는 날도 삶의 일부라고.
그리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헤세의 문장들은 단호하지만 따뜻했습니다.
절망을 질책하지 않고 고독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 있는 그 시간을 끌어안으며 자기만의 호흡으로 살아가라고 조용히 권하더군요.
그 말들이 제 안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누구의 방식도 아닌 나만의 결로 살아가도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을 다시 꺼내어 붙들 수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혼자 있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는 분
견딘다는 말의 깊이를 알고 싶은 분
세상의 속도에 휩쓸려 자기 감정을 잃어버린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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