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무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를 뽐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반응형
'함께읽는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 저녁의 대화 | 한강시집 현대시 (0) | 2024.10.21 |
---|---|
김영랑 언덕에 바로 누워 | 김영랑시 짧은시 서정시 (5) | 2024.10.08 |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현대시 짧은시 사랑시 (0) | 2024.10.02 |
이병률 당신이라는 제국 | 현대시 사랑시 짧은시 (0) | 2024.09.12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 현대시 투쟁시 짧은시 (0) | 2024.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