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문예출판사
2018-11-05
원제 : Les Fleurs Du Mal (1857년)
시 > 외국시
인간과 바다
자유로운 인간이여, 항상 바다를 사랑하라!
바다는 너의 거울, 너는 네 영혼을
한없이 출렁이는 물결에 비추어 보는구나,
바다처럼 한없는 네 정신 쓰라린 심연은 아닌 것을.
너는 네 모습에 심취하길 즐기고
때때로 그 모습을 네 눈과 팔과 가슴으로 품으면
격하고 사나운 바다의 탄식으로
어느덧 네 가슴속 동요도 멎는구나.
너흰 둘 다 음흉할 만큼 치밀하구나.
인간이여, 그대의 심연 바닥을 헤아린 자 아직 없고
오 바다여, 네 보물 역시 아무도 모르게 감췄으니
그토록 너희 둘 집요하게 비밀을 감싸는가!
그런데도 너희 둘은 아득한 옛날부터
연민도 후회도 모르는 듯 서로 싸웠으니
어찌 그리 살육과 죽음에 도취하는가.
오 영원한 투사들, 오 냉혹한 형제들이여!
우주 만물을 당신 규방 안에 넣고 싶나요
우주 만물을 당신 규방 안에 넣고 싶나요
부도덕의 화신이여! 무료함이 그대 마음 악하게 했나요.
이빨로 그 이상한 놀이를 하자면
날마다 사람 심장 하나씩 걸어 놓아야겠지요.
당신 눈은 상점가 불빛처럼
아니면 축제 촛대처럼 타오르며,
남의 권력을 오만방자 휘두를 땐,
아름다움의 법 따윈 몰라도 되나요.
눈 감고 귀 닫은 기계처럼, 냉혹함의 향연!
세상 만인 피를 빠는 참 유익한 장치,
행여 부끄럽진 않은가요, 혹시 본 적은 있나요?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의 추한 모습.
악행의 대가로써 그 죄 하늘 찌르는데
죄의식에 떨린 일 정말 한 번도 없는가요?
언젠가 대자연의 원대한 섭리가 드러나면,
당신조차도 쓸모가 있을까요? 오 여인아, 오 죄악의 여왕이여,
ㅡ당신 같은 천박한 짐승이ㅡ무슨 천재라도 잉태할까?
오 거대한 진흙탕이여! 궁극의 비열함이여!
살아 있는 횃불
빛으로 가득한 그 눈들이 내 앞을 행진하네.
고귀한 천사의 자력에 끌리듯
내 형제들, 거룩한 형제들이 행진을 하네,
내 눈 속에 다이아몬드의 불빛을 흔들면서.
온갖 함정과 중죄에서 날 구원하고
그들은 아름다움의 길로 나를 인도하네.
그들이 내 하인이듯 나는 그들의 노예이니
내 존재는 온전히 이 살아 있는 횃불을 따른다네.
매혹의 눈들이여, 신비한 빛으로 반짝이도다,
한낮에 타오르는 촛불처럼.
붉은 태양도 이 환상의 불꽃을 당할 수 없도다.
횃불은 죽음의 찬미, 그대는 부활을 찬양하니
내 영혼의 부활을 노래하며 그대는 행진하고
태양조차 별들의 그 불꽃을 수그리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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