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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시집 2

간밤에 읽은 책 | 창비시선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저자 신경림창비2024-03-29시 > 한국시    책 _김수영  책을 한권 가지고 있었지요. 까만 표지에 손바닥만 한 작은 책이지요. 첫장을 넘기면 눈이 내리곤 하지요. 바람도 잠든 숲속, 잠든 현사시나무들 투명한 물관만 깨어 있었지요. 가장 크고 우람한 현사시나무 밑에 당신은 멈추었지요. 당신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자 비로소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어디에든 닿기만 하면 녹아버리는 눈. 그때쯤 해서 꽃눈이 깨어났겠지요. 때늦은 봄눈이었구요, 눈은 밤마다 빛나는 구슬이었지요. 나는 한때 사랑의 시들이 씌어진 책을 가지고 있었지요. 모서리가 나들나들 닳은 옛날 책이지요. 읽는 순간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아름다운 구절들로 가득 차 있는 아주 작은 책이었지요.    단 한번..

카테고리 없음 2024.06.27

신경림 - 장마

장마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중돋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우리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끗발나던 금광시설 요릿집 얘기 끝에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벌써 예니레째 비가 쏟아져담배도 전표도 바닥난 주머니작업복과 뼛속까지 스미는 곰팡내술이 얼근히 오르면 가마니짝 위에서국수내기 나이롱뻥을 치고는비닐우산으로 머리를 가리고텅 빈 공사장엘 올라가본다물 구경 나온 아낙네들은 우릴 피해녹슨 트랙터 뒤에 가 숨고그 유월에 아들을 잃은 밥집 할머니가넋을 잃고 앉아 비를 맞는 장마철서형은 바람기 있는 여편네 걱정을 하고박서방은 끝내 못 사준 딸년의살이 비치는 그 양말 타령을 늘어놓는다

좋은시와명언 202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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