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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거문고 | 김영랑시 현대시 자유시 짧은시

하나의책장 2024. 8.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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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데

내 기린(麒麟)은 영영 울지를 못한다

 

그 가슴을 퉁 흔들고 간 노인(老人)의 손

지금 어느 끝없는 향연에 높이 앉았으려니

땅 우의 외롱 기린이야 하마 잊어졌을라.

 

바깥은 거친 들 이리 떼만 몰려다니고

사람인 양 꾸민 잔나비 떼들 쏘다니어

내 기린은 맘 둘 곳 몸 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 번 바뀌거늘

이 밤도 내 기린은 맘 놓고 울들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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