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불멸의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25-05-30
원제 : The Genetic Book of the Dead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전자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시간을 새긴다.
■ 책 속 밑줄
이 뱀은 거미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과 놀라울 만치 흡사한 방식으로 꼬리를 움직인다. 정말로 진짜 같다. 뱀이 굴에 몸을 숨긴 채 꼬리 끝만 내밀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새가 이 거미를 잡으려고 덮치면, 새는 뱀에게 잡히고 만다. 이런 기법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볼 가치가 있다.
아귀의 성생활은 기이하기 그지없다. 앞 절에서 말한 내용은 모두 아귀 암컷에게만 적용된다. 수컷은 ‘꼬마’다. 암컷보다 수백 배 더 작다. 암컷은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꼬마 수컷을 꾄다. 수컷은 턱을 써서 암컷의 몸으로 파고든다. 그런 뒤 자기 몸의 앞부분을 소화시켜서 없애고, 암컷의 몸에 묻힌 상태가 된다. 뒷부분만 약간 암컷의 몸 밖으로 튀어나온 형태가 되는데, 암컷이 필요로 할 때 정자를 채취하는 생식샘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화강암에 새긴다는 말은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
코끼리물범의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과거를 돌아볼 때, 길게 이어진 수컷들의 몸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하렘을 차지한 소수 우두머리 수컷들의 아주 비대하고, 크게 트림을 해 대며 살이 출렁거리는 몸들을 본다.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고 달랑거리는 코를 살아 있는 나팔로 써서 고함을 질러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는 몹시 호전적인 수컷들이다.
흡충은 달팽이의 행동을 조작해서 낮에 돌아다니게 만든다. 그러나 그 행동은 달팽이가 겪을 곤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흡충은 한살이의 한 단계에서 달팽이의 눈자루로 침입한다. 그러면 눈자루는 기괴하게 커지며, 길이 전체를 따라 눈에 띄게 고동치는 듯하다.
그 결과 눈자루가 기어다니는 작은 모충처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눈자루를 눈에 확 띄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새가 쉽사리 쪼아서 뜯어 먹는다.
우리 몸은 유전자를 위한 이동수단일 뿐, 유전자의 목표는 오로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다.
■ 끌림의 이유
도킨스는 우리 몸이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선택한 운송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전자의 무한 반복이라는 개념은 기존 생명학을 넘어선 진화 이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데 책에서 느껴지는 장엄한 유전자의 여정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 간밤의 단상
DNA는 이중나선 구조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의 일종입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 DNA의 이동의 편리를 위해 DNA가 엉겨붙으며 굵직한 구조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염색체라고 합니다.
또한,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그 자체를 유전자라고 하죠.
DNA는 스스로를 복제하고 유전정보를 통해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게 합니다.
직접 유전자 발현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발현 과정은 DNA에서 전사된 전령 RNA(mRNA)가 지닌 코돈에 의해 진행되죠.
자고 일어나면 내 몸이 곧 유전자의 무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 계속되기 위해 우리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작가 같은 존재입니다.
나라는 개체는 그 긴 이야기의 한 장일 뿐이지요.
저자는 단순히 과학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아와 행동이 유전자라는 드라마 속 인물임을 조곤조곤 설명합니다.
그렇다보니 나 자신의 삶이 아닌 그 삶을 기록하는 유전자의 관찰자처럼 느껴지며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 에드윈 게일의 「창조적 유전자」도 추천합니다.
꽤 오래전에 읽긴 했는데 이번에 저자의 신작 소식에 저도 다시 읽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오후에 「이기적 유전자」의 리뷰를 짤막하게 줄여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 건넴의 대상
유전자 중심 진화 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물학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
과학적 통찰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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