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 저자
- 무루(박서영)
- 출판
- 어크로스
- 출판일
- 2020.05.12
- 저자
- 무루(박서영)
- 출판
- 오후의소묘
- 출판일
- 2025.06.20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박서영(무루)
어크로스
2020-05-12
에세이 > 독서에세이
사는 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 일인지 조금씩 더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 책 속 밑줄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나에게 사람 인人의 두 획은 넓게 벌린 발이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다리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거나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안다. 그러나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는 길이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가 또 어딘가로 사라지더라도. 우선은 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
이상한 것들은 자주 오해받고 소외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이상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럴 때의 이상異常은 이상理想을 조금 닮았다. 두 '이상' 사이의 교집합 속에는 다양한 이들의 각자의 본성대로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움이 있다. 노력의 방향이, 모두가 정상에 속하게 만들기보다는 누구도 어디에도 속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과 부조리와 불행의 중력 속에서 힘껏 저항하는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잘 감내하는 일이기도 할 테다.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해 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홀로 아름답게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 끌림의 이유
비혼, 프리랜서, 채식, 고양이 집사, 그림책 읽는 어른.
일반적인 삶의 궤도에서 비켜나 있는 듯한, 그러나 너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고 자유로운이라는 수식이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사는 저자의 일상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무엇보다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 스스로의 어른이 되어가는 한 사람의 삶이 잔잔한 응원처럼 전해집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기울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만들어놓은 ‘정상’이라는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결혼, 직장, 내 집 마련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 경로를 잠시 멈추고 질문을 던집니다.
"꼭 그래야만 할까?"
그 질문은 어느새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 됩니다.
저자가 아는 어른 중에 비혼자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녀가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히 어떤 거창한 이유로 이러한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조용히 고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 담백한 태도에 오히려 더 큰 용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삶의 답안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는 것.
그건 분명,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건넴의 대상
일상 속 작은 세계에서 자신만의 보폭을 찾아가는 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조금 더 선명하게 긋고 싶은 분
그림책처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울림을 찾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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