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사랑한 카페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파리의 카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흘러간 풍경이다.
파리가 사랑한 카페
저자 최내경
BOOKERS(북커스)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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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 밑줄
커피 향이 익숙해질 무렵, 그 카페는 나에게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오페라 극장을 설계한 샤를 가르니에 작품답게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려하고 웅장한 카페 드 라 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 기 드 모파상, 헤밍웨이, 차이콥스키, 오스카 와일드 등이 이곳을 찾았고 그들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로통드는 여러 화가들과 문인들의 작업터이자 만남의 장소였지만, 특히 모딜리아니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았다. 천장과 바닥, 내부가 모두 붉은 조명으로 꾸며져서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이곳에서 모딜리아니 작품과 그의 삶을 떠올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요함과 함께 마력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이곳은 고흐뿐 아니라 많은 화가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흐가 37년이라는 짧은 생의 마지막 70여 일을 머물며 72점의 작품을 남겼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있는 고흐의 집은 그의 고독과 삶을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웅장한 기둥과 높은 아치 천장, 그리고 붉은색과 황금색의 우아하고 세련된 장식으로 이곳에 머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올리비에 가녜르와 이브 타랄롱이 디자인한 폭신한 의자와 금빛 목재로 꾸며진 아늑하고도 고급스런 분위기는 루브르궁을 지금의 이곳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책방을 둘러보고 이곳 카페에 앉아 있노라면 2019년 화재로 큰 슬픔을 줬던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과 센 강에 즐비한 서점들이 보인다. 파리의 낭만과 문학, 작가와 책 이야기, 연인들의 사랑 등을 생각하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카페에서 달콤하고 나른한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 끌림의 이유
『파리가 사랑한 카페』는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풍경, 일상의 감정, 파리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커피 한 잔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조용한 드라마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파리에 거주하며 직접 마주한 50여 곳의 카페들의 색깔,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태도 그리고 그날의 빛까지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파리라는 도시가 특별한 것은 그곳의 건축도 명소도 아닌 그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은 천천히 말해줍니다.
■ 간밤의 단상
문득 대학생 때 과외 수업 전 짧은 여유를 틈타 방앗간처럼 들르곤 했던 작은 카페가 떠올랐습니다.
늘 앉던 창가 근처 자리, 다이어리와 펜 그리고 그 위에 흘러가던 사소한 생각들.
그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 시절의 하루를 잠시 붙들어주던 조용한 안식처였던 것 같습니다.
『파리가 사랑한 카페』를 읽는 일은 단지 파리를 여행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그곳 사람들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시간을 대하는 방식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삶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카페라는 공간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기억을 품고 시간을 끌어안는 장소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말을 걸고 시간이 향기로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파리가 사랑한 카페』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잔잔히 담아낸 기록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자리에 머무른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낸 가장 소중한 삶의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건넴의 대상
여행보다 머무름을 사랑하는 분
도시의 얼굴보다 도시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분
파리에 가본 적은 없어도 그 감성을 알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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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