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수레바퀴 아래서
저자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1-08-10
원제 : Unterm Rad (1906년)
소설 > 독일소설
사람은 모두 성공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존재다.
■ 책 속 밑줄
요 제프 기벤라트 씨는 중개업과 대리업을 했다. 다른 마을 사람들에 견주어 볼 때, 그에게는 장점이나 특성이랄 것이 없었다. 여느 사람처럼 그는 넓은 어깨에 건강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어지간한 장사 수완을 지닌 그는 황금을 숭배하는 솔직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더욱이 그에게는 정원이 딸린 아담한 저택에다 선조들이 대대로 묻힌 가족 묘가 있었다.
그는 집요하게 공부했고, 늘 남보다 앞서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지치고 피곤해도 멈추지 못했고 머릿속에는 언제나 시험, 결과, 경쟁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험에 통과하고 주변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언제나 올바른 학생이 되는 것.
그것이 전부인 삶이라면, 그 안의 '한스 기벤라트'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 끌림의 이유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투영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이 시대의 학생, 청년, 어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스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만 결국 사회가 만든 성공의 틀 아래에서 점점 무너져갑니다.
무언가를 잘 해내는 것과 그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말해줍니다.
■ 간밤의 단상
책을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학창시절 내내 들었던 '항상 열심히 해야 해', '성적이 전부야', '넌 장녀야'라는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 많은 노력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돌보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유독 첫째라는 프레임 안에서 원치 않아도 희생을 강요 받았었는데, 이는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어쩌면 결과보다 인간의 내면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를 너무 일찍 수레바퀴에 태운다면, 그 안에서 자아를 잃은 채 돌아가는 삶은 결국 무너짐이라는 방향으로 향할 테니까요.
지금 너무 일찍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건네고 싶습니다.
"괜찮아, 네가 무너진 게 아니라 그 수레바퀴가 너무 빨랐던 거야."
■ 건넴의 대상
해야만 하는 삶 속에서 지쳐버린 분
성과보다 존재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고 싶은 분
학업, 경쟁, 직장 사이에서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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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