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나의 눈부신 친구 (리커버 특별판)
저자 엘레나 페란테
한길사
2016-07-07
원제 : L'amica Geniale (2011년)
소설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소설 > 세계의 문학 > 이탈리아문학
나는 그녀를 쓰기 시작했고,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다시 살아냈다.
■ 책 속 밑줄
오늘 아침 리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가 평소처럼 돈을 빌려 달라고 할 줄 알고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리노가 내게 전화를 한 것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리노는 자기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했다.
리노 어머니의 이름은 라파엘라 체롤로다. 하지만 나만 빼고 모두들 그녀를 '리나'라고 불렀다. 나는 그녀를 '라파엘라'라고도 '리나'라고도 부르지 않았다. 지난 60년 동안 내게 그녀는 '릴라'였다. 만약 내가 그녀를 갑작스레 리나나 라파엘라라고 부른다면 그녀는 우리의 우정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릴라와 관련된 물건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놀랐다. 릴라는 어쩌면 이 오랜 세월 동안 자신과 관련된 물건을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일까. 사실 그녀와 관련된 물건을 간직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날 저녁 돈 아킬레의 현관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층계를 난간을 따라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가기로 결정한 바로 그 순간 릴라와 나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우리 사이엔 언제나 그런 게 있었다. 사랑, 질투, 두려움, 경쟁심… 내가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던 모든 감정들이.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냈다.
나는 릴라를 읽는 것으로 삶을 이해했다. 나의 가장 어두운 구석은 언제나 그녀와 닮아 있었다.
■ 끌림의 이유
『나의 눈부신 친구』는 나폴리 4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로 두 소녀 릴라와 레누가 유년 시절을 지나 청소년기까지 겪는 복잡하고도 찬란한 여성의 삶을 그려낸 성장 소설입니다.
유년기 특유의 질감, 여성이 가지게 되는 운명, 사회 계급, 지성에 대한 열망 등에 대한 소녀의 내면과 시대의 풍경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우정은 질투와 동경이 교차합니다.
또한 릴라와 레누, 이 두 사람은 한 사람의 내면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때로는 레누처럼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로, 때로는 릴라처럼 자기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 간밤의 단상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한동안 마음이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 듯했습니다.
릴라와 레누는 단순히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독자인 우리에게 기억의 그림자처럼 남습니다.
여성 간의 우정, 경쟁, 질투 그리고 사랑이 생생하게 표현되다 보니 실제 같은 느낌이 들어 때때로 아프고 또 그래서 더 진실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쓰기 시작했고,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다시 살아냈다."
이 문장은, 특히 우리 모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여성의 성장 서사를 깊이 느끼고 싶은 분
우정과 자아의 경계에서 질문을 가지고 있는 분
나의 눈부신 친구를 가슴에 품고 있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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